• Elsa Jae Young Park

프롤로그: 그녀

Updated: 4 days ago




#1. 그녀의 면역력

그녀 자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가

천둥번개가 치거나 유리컵이 깨져 비명을 지를 때,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이다.


그녀가 잘 놀라지 않게 된 것은 아마 어렸을 적부터 집안의 큰소리로부터 단련된

일종의 “충격 면역력” 덕분일 것이다.


어쨌든 그 "면역력" 덕분인지, 늘 위태로웠던 부모님의 관계가 마침내 법적으로 끝이 났을 때에도

그녀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고 안타까워했지만,


그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과

“올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을뿐이다.




#2. 그녀가 기대할 수 있는 것


그녀는 작곡가이다.

요리, 사교, 비즈니스 등 각종 일에 재주가 없는 그녀가

어렸을 적부터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건 꽤 진지한 문제였는데

왜냐하면 그녀의 "충격 면역력"은 그녀가 관계든 업무든 어떤 것도 기대치 않는 버릇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기대해도 되는 것이라면,

음악만이 유일했다.


그녀는 어느 정도의 재능과 노력으로, 괜찮은 음대를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좁고 넓은 예술 세계에서 딱히 자신의 재능이 특출나지 않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음악을 열망했다.

하지만 음악을 두려워했다.

그녀는 두려움과 열망 간에 타협을 찾아내야 했다.

그녀에게 있어 그것은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래서 그녀는 "완벽한 음악"을 만들기 위해, 어쨌든 열심히 음악을 만들었다.

그리고 음악을 만들다 포기하고 또 발표하지 않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30대가 되었을 때, 그녀는

강박증, 개인주의, 능력없는 캥거루족을 수식하는 단어가

그녀 자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그녀는 음악에 대한 집착을 놓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야만 그녀 자신조차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그녀의 생존법

솔직히 그녀의 부모님이 갈라섰을 때, 한동안 그녀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원래 그래야만 했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해결된 것만 같았다.

그리고 거의 완벽한 해결감과 동시에

어렸을 적부터 쌓아온 "면역력"의 공든 탑도 거짓말처럼 금이 갔다.

그건 누군가의 한 마디 "말"로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사실 그녀의 면역력이라는 건 별거 없었다.

애초에 크리스마스 연말 영화에나 나오는 반짝반짝한 행복함을 기대할 수 없는 가정환경이라면

박차고 나갈 용기는 없으니 그저 본인의 환경에 '체념'하고 열심히 '견디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더욱 그 시점에 의문점이 들었다.

언제나 겪던 일인데 "어째서 그 "말"은 특별히 더 무거운 걸까?

그 말은 대체 얼마나 무겁길래, 가정이 무너져야했고, 나를 그리고 우리를 잠식하는 것일까?"

그 말의 무게를 재서 왜 나를 괴롭히냐고 묻고 싶었다.


어쨌든 그녀는 이번에도 자신을 지킬 면역체계를 강구해야 했다. 그녀에겐 이 방법밖에 없었다.




"그 말의 무게를 음악으로 만들어야겠어"




이건 그녀의 생존법이자

앞으로 할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필자소개



Elsa Park(박재영)은 마음의 소리를 음향화하는 작곡가입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겪은 우울증을 영감의 원천으로, 현대인의 심리적 명암을 수학적으로 해체하고 청각적으로 재조립합니다.

학부 시절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나만의 소리를 찾고자 6년 전 영국 유학길을 떠나 실험 음악으로 전향하였습니다. 2018년부터 데이터 기반의 사운드 작품을 공연·전시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음악을 했지만 아직도 예술계 초년생인 32살의 고군분투와 그와 관련한 창작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공감을 교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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