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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의 무게

Updated: Oct 3, 2022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삶을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구성한다. 이것은 더없이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도 마찬가지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



경험에 의한 예술적 모티브는 그만큼 충격적이고 강력하다.

그건 본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쇼크를 예술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돼"와 같은 집착같은 것 말이다.

그러다보니 나의 개인적인 계기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롤로그에서 '그녀'를 통해 이혼, 언어폭력, 우울증 등 무거운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쉽지 않았다.

구질구질한 나의 어둠을 그 누구도 몰랐으면 하며 32년을 살아왔는데

또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심보로 '그녀'를 대신하여 나의 이야기를 짧게 털어놓았다.


어쨌든 그 구질구질함은 본인에겐 뗄레야 뗄 수 없는 나 자체가 되어버렸고,

그 집착으로부터 2년 전 한 예술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일명 <말의 무게> 프로젝트.


<말의 무게> 프로젝트는 본인이 가정과 사회로부터 경험한 언어폭력을 토대로 언어가 각 현대인들의 정서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청각적으로 탐구하는 연구다


언어폭력으로 인한 현대인의 심리생태계를 청각적으로 표현한다?


음... 사실 말이 거창하지.

솔직히 처음엔 스스로의 살풀이로 시작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2년동안 공백기가 있었지만 쩝...) 어찌됐건 스스로 나름 작곡가라고

소리 에너지를 통해 언어폭력으로 인한 심리적 환경을 고찰해보고자 한 것이다.



 

● 말에도 무게가 있을까?


맞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 흔히 예술가들의 멋드러진 계기와 같진 않았다.

하지만 리서치를 하다보니, 본인이 겪은 것 뿐 아니라 언어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 더욱 알게 되었다.


가정,학교, 직장, 온라인 등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언어폭력은 현대인의 우울·불안 등을 유발할 뿐 아니라,

자살에 이르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2021년 ‘사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여전히 직장인 두 명 중 한 명이 폭언을 경험하고, 43% 직장인이 폭언 등에 무감각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하는 고독과 존립은 타인의 아픔에 대한

무관심으로까지 변화하면서 언어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점점 무감각해지고, 결국, 사람 간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솔직히, 나조차도 직장동료나 누군가의 아픔에 진심 어린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했나라고 묻는다면, 아마 그건 아닐 것이다.

코로나 19도, 오히려 극 내향형인 (INTJ) 나로서는 만남이 줄어 다행이다 싶을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언어폭력에 대한 사회적 내성 그리고 서로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해소 장치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나 가족과 이야기하기

-웹툰, 영화보기

-심리 상담

-취미.모임

-운동

등 각자가 응축된 정서를 해소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만약,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어떤 방법이 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은 코로나 시대의 대한민국 언어폭력의 실태와 이에 대한 사회적 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관용적 표현 ‘말의 무게’에 대하여 되짚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만약, 말에도 무게가 있고, 실제로 말의 무게와 상처를 측정할 수 있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심리적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따라서 해당 문제의식과 질문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공감도를 ‘말의 무게’라는 관념적 척도로 상정하여

현대인의 정서적 현주소를 점검하고 측정할 수 있는 예술 시스템을 제안하고자 본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다.




 

● '소리'와 '텍스트' 그리고 '데이터'를 활용한 심리 생태계 음향화 연구



오스트리아 작곡가 죠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


‘리게티(Ligeti)’는 음악이라는 시간예술에 시각화된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다차원적 리듬, 음향의 원근 등을 통한 소리 덩어리의 변형 패턴을 만들고 작품 속에 상호 결합, 병치, 혼합 시킴으로써 전경과 배경의 양자가 교환 가능한 이중분할 구조를 만들었다.

나는 언어폭력 경험으로 인한 상처의 원인과 해결방법이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타인의 비대칭적 관계 속 잠재적 교차지점에서 생성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본 프로젝트의 수행에 있어 ‘리게티’가 시도한 상이한 관계와의 결합 방식을 차용하고 그를 통해 발생한 감정 덩어리들을 3가지 서로 다른 영역의 매체를 활용한 예술작품으로 발현시키고자 한다.


첫째, 본 프로젝트는 현대인의 정서를 탐구하기 위해 감정과 기억을 유도하는 장치로 ‘소리’와 ‘극작’으로 설정하고 결합하여 언어폭력으로 인한 한국사회의 정서적 지형을 사운드 시네마적 관점으로 표현하는 연구를 한다.


둘째, 공감도와 같은 주관적 심리를 계량화하기 위해 객관적 자료를 통해 비교값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 음향화(Data Sonification)시스템‘을 제작하여 수치화 할 수 없는 말의 무게를 청각화하고 시간예술에 병치 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한다.

따라서, 본 프로젝트는 상이한 영역 간 데이터 관계 맺기를 통한 심리-음향 환경을구축함으로써 해당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심리적 층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삶을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구성한다.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삶을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구성한다. 이것은 더없이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도 마찬가지다."

라고 말했다.


나는 반짝반짝함과 거리가 먼 주제를 (그리고 나의 삶을) 스스로 예술이라는 아름다움으로 포장하려는

모양새가 우습고 안쓰럽다고 생각했다.


그게

예술가로서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든

작곡가의 아픔을 살풀이하고 싶은 욕망이든

아니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 욕망이든.


뭐 전부 해당된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언젠가 너무나 외로워 누구라도 날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이 작품을 통해서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프로젝트 <말의 무게>에 대한 작품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해나갈 예정이다.





필자소개



Elsa Park(박재영)은 마음의 소리를 음향화하는 작곡가입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겪은 우울증을 영감의 원천으로, 현대인의 심리적 명암을 수학적으로 해체하고 청각적으로 재조립합니다.

학부 시절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나만의 소리를 찾고자 6년 전 영국 유학길을 떠나 실험 음악으로 전향하였습니다. 2018년부터 데이터 기반의 사운드 작품을 공연·전시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음악을 했지만 아직도 예술계 초년생인 32살의 고군분투와 그와 관련한 창작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공감을 교류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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