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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시네마 리스닝 가이드

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

관객 참여형 디지털 사운드 설치물; 사운드시네마 (Stereo; 2022)

#1. 어떤 작품인가요?

"만약, 말에도 무게가 있고, 그 무게를 소리로 들을 수 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어떻게 반응할까요?" 본 사운드 시네마 "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은 언어 폭력으로 인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족 이야기를 음향 신호로 체험하는 관객 참여형 온라인 전시이자, 위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소통 과정입니다. 대한민국은 수 년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달성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그 수가 더욱 증가하였습니다. 작곡가 또한 가정과 사회에서 언어폭력으로 인한 우울증을 경험한 한 청년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언어폭력으로 인한 가족의 비극에 대한 스토리가 탄생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각 12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진 온라인 사운드 시네마 전시를 통해, 청취자는 각 극의 캐릭터가 이야기하는 말들과 그들의 마음의 소리에 대해 ‘소리’로 리액션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각 리스닝 존에는 극 중 캐릭터의 관계 및 장면의 배경에 따라 만들어진 각 캐릭터 별 고유한 ‘사운드 오브제’가 있고, 관객분들이 마우스로 해당 ‘사운드 오브제’를 움직이며 극에 대한 주관적 리액션에 따라, 음색을 직접 변화시키고 지휘하기를 권합니다. 이 과정에서 관객분들이 사운드를 통해 각 인물에게 공감하면서, 정해진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수동적 관람이 아닌, 변화하는 심리적 시공간을 능동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각 캐릭터의 사운드 오브제로 인한 이 특징적인 ‘소리 덩어리’는 캐릭터의 발화 뿐 아니라 각 캐릭터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아빠와 딸 사이 등과 같은 가족 간의 심리적 관계를 나타내는 음악적·음향적 효과, 즉, 캐릭터의 ‘마음의 소리’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소리들은 문, 발자국, 물소리 등의 환경소리를 캡쳐한 필드레코딩과, 온음계 스케일 그리고 전통리듬 중 엇모리 장단을 사용하여 디자인되었습니다. 본 사운드시네마 “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은 관객분들이 언어 폭력과 관련한 캐릭터의 말의 무게와 관객 자신의 마음의 소리를 몰입 체험할 수 있게 하면서, 각자의 언어 경험을 청각적 감수성을 통해 '감정 들여다 보기'를 권유하고, 또 대한민국의 특수한 문화적 앙금을 수반하는 집단적 경험을 토대로, 각자의 다양한 주관적 심리 환경을 탐구하며 서로가 새로운 감수성을 통해 심리적으로 소통 할 수 있는 여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2. 어떻게 감상하나요?

1. 사운드시네마 리스닝 존 입장하기

2. 스토리 챕터 클릭하기 (예: 제 2장 아빠와 우나)

3. 각 챕터마다, 2명 이하의 캐릭터와 관객을 표상하는 디지털 오브제가 있다

4. 각 캐릭터의 오브제는, 그 인물의 마음의 소리를 재생한다

5. 관객은 마우스로 흰색 오브제 (=관객)를 위, 아래,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각 캐릭터나 스토리에 공감하는 정도를 소리의 음색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 관객이 캐릭터 A에 가까워지면, 캐릭터 B의 마음의 소리와는 멀어진다) 

6. 각 장면 하단에 있는 극 스크립트를 읽으며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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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거리

필터

​청취자

​리버브

#3.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작곡가 노트

작곡가는 "참을 수 없는 말의 가벼움"이라는 한 편의 극을 감상하는 한 사람으로써 참여하였고 동시에 이를 소리로 해석하는 관찰자로써 임했습니다. 따라서, 작곡가가 사운드를 디자인한 방식은 극에 대한 일종의 청각적 리액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사운드시네마의 작곡 포인트는 각 등장인물 별 '마음의 소리'를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작가가 텍스트로 캐릭터의 성격을 만들 듯, 작곡가는 소리로 등장인물의 마음의 소리를 조형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특징적인 시스템을 세워 사운드를 제작했습니다.

사운드 시스템

[악기] 물의 소리

 

"우리는 언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그 언어를 선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 길을 누군가는 기분 좋게 헤엄쳐 갈 수 있고,

또 누군가는 깊은 심연에 빠져 좀처럼 숨쉬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데 또 그 심연에 기꺼이 함께 뛰어들어 당신을 꺼내주는 사람도 있다."

작곡가는 '나를 해방시켜 주는 도구'이자 '나를 무겁게 하는' 물이 마치 언어로 인한 우리의 마음의 무게와 삶의 여정을 표상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작곡가는 2020-2022년, 여의도 한강공원, 제주도 판포포구, 부산 해운대, 아파트 화장실 등에서 레코딩한 '물의 소리'를 편집하여 각 등장인물 별 악기로 샘플링, 변조, 그리고 레이어링 하였습니다.

#감상 포인트

혹시, 작품에서 물소리가 들리시나요?

작품에서는 물소리가 그 자체로 들리기도 하고,  들리지 않기도 합니다  

드럼, 콘크리트 건물, 보이스 등 또한 물소리를 활용했지만, 변형 과정을 통해 새로운 소리로 탄생하였습니다.

[멜로디] 서로 만나지 않는 온음계 스케일 

보다 구체적으로 등장인물의 '마음의 소리'를 디자인하기 위해선, 멜로디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제각기 다른 아픔과 욕망을 인물들이 서로 겹치지 않는 음의 조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멜로디를 만들기 위해 온음계 스케일 (Whole Tone Scale)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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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C)'부터 시작하는 온음계 스케일과 '도#(Db)'으로 시작하는 2개의 온음계 스케일은 서로 만나지 않는 대칭적인 스케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아빠와 수혁은 - C 온음계 스케일, 우나와 엄마에게는 - C# 온음계 스케일을 부여하고 이를 멜로디로 구성하여, 서로 대칭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해당 스케일은 온음계로만 구성되어있기 때문에 해결감을 주는 음이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음도 두드러지지 않게 되는데, 이는 마치 평범한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본 작품과도 동일한 맥락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듬] 엇박자를 가지는 관계, 엇모리 장단

극을 감상하며 우나의 가족 구성원은, 늘 각자의 박자를 강요하며 서로에게 엇박자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엇박자스러운 가족 관계는, 극 중 아빠가 우나에게 "9급 공무원도 안 붙으면, 넌 진짜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나이 조금 더 먹으면 여자들은 취직도 잘 안돼" 라고 말했듯, 대한민국의 체면문화, 수직적 구조, 비교문화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한국 전통 장단을 통해 우리나라의 정서를 함축적으로 표상해보고자 하였고 그 중, '엇모리 장단'과 그의 10/8 박자를 활용하여 드럼의 리듬으로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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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엇모리장단은 판소리, 산조의 장단으로도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 판소리에서 엇모리 장단은 <수궁가>에서 토끼가 용궁으로 들어가는 대목 등, 빠른 속도로 신이하고 비범한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야기를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와 달리 본 사운드시네마에서는 비범한 인물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서로 맞물리지는 않아도 평범한 인물들이 각자의 박자대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반영하고, 본 작품을 참여한 관객분들께서도 자신만의 박자를 청각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은 전환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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