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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노트

시놉시스

“말하는 것들, 다 뒈졌음 좋겠다” 평소와 다름 없이 조용하게 흘러가는 우나의 일상, 하지만 우나의 마음 속에서는 매일 전쟁이 일어난다. 부모님과 함께 살며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무늬만 공시생 우나, 마음속에는 할 말이 많지만 말로 내뱉지 못하고 꾹꾹 눌러두고 있다. 우나의 짓눌린 감정이 표현되는 곳은 꿈 속 뿐. 우나의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여 덩어리 진 것들은 말, 아내와 딸보다 자기 체면이 더 소중한 아버지 영남, 평소엔 순종적인 천상 여자, 하지만 약한 상대에게는 통제욕을 표출하는 어머니 혜숙, 자상한 듯 들리는 목소리 속에 폭력성을 숨기고 있는 남자친구 수혁 이들이 우나를 향해 내뱉는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그녀의 마음 속 세상을 이루고 있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내뱉는 말들이 새삼 무겁게 느껴져 한숨을 내 쉰 바로 그날, 그날 버스 안에서, 우나의 현실과 꿈은 맞닿게 되는데…….

등장인물

우나 (주인공)

좋아하는 것: 수학, 답이 딱 떨어져서 좋아한다

싫어하는 것: 고양이, 하는게 먹고 자는 것 밖에 없는데 고양이들의 콧대가 높은게 기분 나쁘기 때문이다

욕망: 정신적 억압에서 벗어나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고 싶다, 억압 해체, 진실과 마주하고 싶다

갈등: 오랫 동안 언어 폭력을 당해왔는데도 바로 그 말로 인해 구축된 규범적 인식체계 때문에 무엇이 자신에게 좋고-나쁜지, 옳고-그른지 판단이 어렵다

좋아하는 것: 브랜드 의류, 가방. (무게가 있고 점잖아 보이는 브랜드) 

싫어하는 것: 브랜드 아닌 아파트, 브랜드 아닌 아파트에 사는 사람, 멍청해 보이는 사람들,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들, (자기 기준에) 천박한 브랜드 상품

욕망: 사랑 받고 싶다. 인정 받고 싶다

갈등: 극에서는 나타나지 않음

​수혁 (남자친구)

혜숙 (엄마)

좋아하는 것: 여행

싫어하는 것: 불륜하는 년놈들

욕망: 내 인생을 살고 싶다

갈등: 남편과 자신의 관계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직면 할 수 없다

영남 (아빠)

좋아하는 것: 낚시, 물고기를 낚고 잡은 물고기 회를 칠때 쾌감을 느낀다

싫어하는 것:  술, 술을 먹고 긴장이 풀리면 감정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에 술을 싫어한다. 술 먹고 주정하는 사람을 극도로 한심하게 생각한다. 욜로족, 디지털 노마드, LGBT, 사회 운동가등, 자기 자신이 감정을 억누르고 살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화가나고 분노가 치민다

욕망: 자유롭게 살고 싶다

​갈등: 등산회에서 만난 한 여성에게 맘이 너무 끌리는것을 참기가 어렵다

​주제

언어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 만큼이나 피해자에게 깊은 상흔을 남긴다. 언어 폭력도 물리적 폭력처럼 권력관계, 즉 비대칭적인 관계에서 주로 발생한다. 비극적인 사실은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어 폭력으로 인해 자아가 무참히 밟히고 찢겨서 너덜너덜 기형이 되어도 본인이 자각하지 않는 한은 폭력 상황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설사 알아 차렸다 하더라도 이후에 마음을 바로 잡는 일도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 어떤 상태가 건강한 상태인지를 거의 경험하지 못한 마음이 스스로 회복하는 것은 창조적인 능력을 발휘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서 언어 폭력의 심각한 폐해를 상기시키고 나아가 회복의 길도 제시하고자 한다.

기획 의도

언어 폭력에 관한 프로젝트를 하자는 오랜 친구의 제안을 듣고 이상하게도 이 노래가 떠올랐다. “우리 모두 다 다함께 손뼉을, 우리 모두 다함께 손뼉을, 우리 모두 다같이 즐거웁게 노래해우리 모두 다함께 손뼉을.” 이 밝고 화장한 노래엔 다른 버전이 있다.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민요인 ‘Ye Cannae Shove Yer Granny Aff The Bus’ 가 그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동요 버전 노래는 ‘우리 모두 다함께 손뼉을’ 과 멜로디가 비슷하지만 민요 원곡은 조금 다르다. ’Shove’ 는 스코틀랜드 말로 던지다 라는 뜻으로 할머니를 버스 밖으로 던지지 말라는 내용의 노래다. 나는 언어 폭력에 대한 극을 구상하는 시점 부터 이 괴상하기 짝이 없는 노래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기 때문에 노래 가사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가족 비극을 써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가장 가까우면서도 오랫동안 깊은 상처를 주는 존재는 바로 가족이다. 2020년도 살인사건 통계자료를 보면 살인 사건은 주로 가까운 사이에서 벌어졌다. 그중에 24.3%를 차지하는 것이 친족간의 살인 사건이다.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사실은 가장 가깝기 때문에 증오할수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가족 관계에는 늘 양면성이 존재한다. 양면성은 사실 가족 관계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존재하지만 가족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 깊은 관계를 맺게 되기 때문에 한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앞서 말한 양면성이란 무엇인가? 단순하게 말하면 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이다. 가족관계 특히 부모 자식 관계엔 당위적인 도덕규범이 따라다닌다. 가족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은 특히 부모라면, 자식이라면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규범적 윤리관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부모 자식 간에 윤리를 지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단지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만 가지고 가족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인간의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 사랑 없는 가족 관계가 길어지면 서로의 마음에 죄책감, 불안, 두려움이 무겁게 쌓이게 된다. 극의 주제가 언어 폭력이지만 언어 폭력을 자극적인 대사등으로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다. 예를 들어서 “이런 개 같은 ***”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나쁘게 보기 때문에 그 말을 했다는 것 자체에만 집중하게 할 수 있다. 욕을 했다는 것 그 말 자체가 ‘나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욕하는 습관만 바꾸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실 그렇게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누군가가 찰지게 욕을 하더라도 그 안에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 있음을 안다면 사람들은 그 욕을 욕으로 듣지 않는다. 언어 폭력이 한 인간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이유는 그 말 자체가 상스러워서라기 보다는 그 말을 한 맥락에는 인간을 도구로 보는 시각, 조건부적인 사랑, 이기심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부모로 부터 오랫동안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하자,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말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그 맥락 안에 본인의 이기심으로 상대를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이 담겨 있다면 아이의 마음에는 납덩이가 자리하게 된다. 하지만 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 좋은 말이다. 이게 바로 가족 관계의 양면성이다. 가족이 행복해야 한다는, 가족은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서로를 보살펴야 한다는 규범적 윤리관과 한 개인 개인의 사적인 욕망과 이기심이 늘 상충한다. 언어 폭력은 이때 일어나게 된다. 가족 관계의 양면성과 말의 무게를 극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 너는 왜 너의 아버지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를 버스 밖으로 던지려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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